오래 전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직장 선배가 해준 말이 기억이 납니다. 선배가 처음 회계부서에 일을 할 때 지금은 흔해 빠진 컴퓨터조차 아주 귀해서 연말 결산서를 종이 위에 자를 대고 직접 선을 그어 가며 만들었다는 얘기로 그 말을 들을 때는 마치 먼 옛날 얘기를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처음 사회 생활을 시작했을 때를 되돌아보면 배불뚝이 CRT 컴퓨터 모니터를 사용하고 전산실에서 도트 프린터에 출력되는 각종 회계자료를 밤 늦게까지 기다리고 월말에 전표를 묶느라 회계부서 전체 인력이 동원되는 등, 그때 역시 지금과는 많이 다른 풍경일 것입니다.
대학교 재학중 회계정보시스템이라는 과목에서 Lotus 123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교수님께서는 사회에 나가면 사용하게 될 중요한 스프레드시트이니 잘 배워 두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막상 사회에 나가보니 Microsoft Excel이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하여 스프레드시트 시장을 평정하는 바람에 학교에서 배운 것은 사용도 못해보고 밤마다 관련 서적을 옆에 끼고 컴퓨터 앞에 앉아 한 동안 Excel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찌 보면 대학에서 시대의 흐름을 잘 못 읽어 엉뚱한 과목을 가르쳤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기술의 성장이 빠른 시대였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회계 소프트웨어는 더 이상 사업에 편리한 도구가 아니라 필수 요소가 되었으며 그 시장은 예전과 다르게 많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회계 소프트웨어는 전문 회계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다루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었습니다. 발생한 거래를 입력해야 하는데 어떤 계정으로 입력을 해야 하는지, 출력된 자료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등 전문 지식 없이 다루기 힘든 도구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출시되는 소프트웨어는 간단한 회계 기본 지식만으로 일반인도 쉽게 다룰 수 있도록 개선되었으며 비용도 많이 저렴해진 것이 특징입니다.
얼마 전부터 시행된 Single Touch Payroll 시스템도 회계 소프트웨어 시장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기존에는 세무 신고를 위해 회계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이 선택 사항이었으나 국세청에서 Single Touch Payroll 신고를 회계 소프트웨어를 통해서만 신고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여 직원 급여가 있는 업체는 반드시 회계 소프트웨어를 구입해야 합니다. 당초 회계 소프트웨어가 없어도 국세청 시스템을 통해 신고할 수 있는 것을 기대 했지만 현재까지 국세청은 이에 대한 아무런 발표가 없으며, 오히려 회계 소프트웨어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Single Touch Payroll 시스템 도입과 함께 고객들로부터 어떤 회계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 지 추천해 달라는 요청이 많습니다. 현재 시중에서 많이 사용하는 주요 회계 소프트웨어는 RECKON ONE, INTUIT, SAASU, MYOB, XERO, JCURVE 등이 있으며 각각 사용 요금 및 기능에 차이가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저렴할수록 기능 면에서 사용이 다소 불편한 감이 있지만 익숙해 지기만 하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굳이 요금을 따지기 보다는 사업체 규모 및 사용자에 따라 적합한 제품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저희 고객들이 회계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을 그리 반기지는 않았습니다. 회계 전문 지식이 없는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에는 오류가 많아서 입력된 자료를 리뷰하고 수정하는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비 전문가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회계 소프트웨어가 속속 출시되고 있어 앞으로 회계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자료 관리가 점점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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