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 면세제도

28/09/2018

세금을 부과 징수하는 목적은 국가가 정상적으로 운영 되는데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세금을 통해 부의 재분배를 실현하는 것도 중요한 사회적 기능 중의 하나 입니다. 예를 들어 고소득층으로부터 많은 세금을 거두어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대표적이지요. 세금을 개인이 부담할 수 있는 능력(담세력)에 따라 공평하게 부과하는 것을 조세평등주의라고 하는데, 소득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 하는 이른바 누진세를 통해 이러한 조세평등주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가가치세 제도는 이런 누진세를 적용하기가 상당히 곤란한 세금입니다. 소득세의 경우 개인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므로 고소득자와 저소득자가 명확히 구분되어 개인별 소득에 따라 적합한 세율을 적용할 수 있는데 부가가치세는 사람이 아닌 재화 또는 용역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보니 높은 세율과 낮은 세율을 구분할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굳이 부가가치세에 누진세를 적용하려 한다면 결국 물건을 판매할 때마다 구매자의 소득 수준을 확인 하여 서로 다른 가격으로 판매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빵 한덩어리 살 때마다 소득 증명자료를 보이고 빵 가격을 결정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게 되며, 고소득자는 저소득자에게 구매를 대신 부탁하는 경우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부가가치세는 조세평등주의를 실현하기 어려운 세금으로 분류됩니다. 사실 평등은 커녕 오히려 그 반대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고소득자와 저소득자가 동일한 부가가치세(10%)를 낸다면 국가 입장에서는 조세 충당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세금의 사회적 기능과 상충하는 세금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부가가치세의 이런 문제를 상쇄하기 위한 것이 바로 부가가치세 면세 제도 입니다. 부가가치세 면세 제도는 고소득자가 구매하는 재화나 용역에만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는 기본 개념에서 출발 합니다. 물론 무 자르듯 명확하게 부가가치세 과세/면세를 구분할 수는 없지만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생필품이나 주거용 집, 교육 용역 등에는 부가가치세를 면세하고 그렇지 않은 품목에는 과세하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농,축산물 등 먹고 사는데 필요한 음식은 면세지만 이를 가공하여 판매 하는 경우 부가가치세를 부과 합니다. 통조림 등이 대표적인데요, 이는 가공하지 않은 일반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데 굳이 필요에 의해 가공식품을 구매하는 것은 먹고 사는데 필수 불가결한 구매가 아닌, 약간의 사치가 반영된 구매로 판단 하는 것입니다. 재화나 용역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의 특성상 완벽한 조세평등주의를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러한 면세 제도를 통해 어느 정도는 구현이 가능합니다.

조세제도는 사회 과학으로 분류되며 사회가 변화하면 함께 변화해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 과거 종이기저귀나 분유는 부가가치세 과세 품목이었으나 현재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일종의 생필품으로 분류되어 면세 품목으로 지정된 것이 좋은 사례입니다. 여성 단체의 끊임 없는 노력으로 여성 생리대가 부가가치세 면세 품목으로 지정되자 일부 남성 단체들은 면도기를 면세 품목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던 재미있는 사례도 있었지요.

이처럼 세법 변경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사회의 변화를 어느 정도는 감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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